1999년 9월13일은 故이지명 하사의 기일입니다. 함께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이지명 하사는 어떤 분이었나요? 자랑한번 해주세요~
우리 지명이가 살아있다면 올해 46세입니다. 78년생이거든요
지명이는 어려서부터 참 반듯했습니다. 철원에서 나고 자랐던 지명이는 동네 어른들께 항상 웃으며, 인사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동네 분 중에는 아침에 지명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분도 계셨어요.
또 우리 지명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 선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사람들도 잘 챙겼고, 정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지명 하사는 어떤 아들이셨을까요?
남편은 다섯형제중 넷째인데, 형제중에 아들은 지명이 하나였습니다. 집안 전체에 정말 귀한 아들이었지요. 소중한 아들이고보니, 오히려 남편은 지명이를 심할정도로 엄하게 대했습니다. 항상 자만하지 않도록 가르쳤어요. 때론 남편의 엄한 교육에 화가 난 적도 있습니다. 반면에 저는 지명이가 참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던 아들이었습니다. 지명이는 참 다정하고 살갑게 얘기하고, 항상 친절했습니다.
*이지명 하사 위로 누님이 두 분 계시잖아요. 누님들과 이지명 하사의 관계는 어떘는지요?
누나들이 “지명이가 끓여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라고 하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끓여주는 말 잘 듣는 동생이었습니다. 큰누나와는 나이차이가 나서인지 좀 어려워 했어요. 지명이에게 큰 누나는 어른처럼 보였나봅니다. 지명이가 대학입학 전 겨울방학때 경양식집에서 알바를 했는데. 첫 알바비로 큰누나 가죽재킷을 사왔더라구요. 저도 깜짝 놀랐지요. 몸이 약했던 엄마대신 이것저것 잘 보살펴주던 큰누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던 모양입니다.
작은누나는 지명이에게 참 다정하고 자상했어요. 지명이가 군입대를 하고 난 후 둘째가 엄청 많이 울었어요. 지명이가 어느덧 성장해서 군대를 간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나봅니다. 정말 특별하고 다정한 오누이지간이었습니다.
*이지명 하사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우리 지명이는 5살때부터 태권도를 했어요 대학도 체육특기생으로 가게 되었지요. 전국 대학생 태권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고, 군대에서는 화랑무를 병사들에게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도 많았고, 두루두루 주변사람들도 잘 챙겼습니다. 97년에 철원에 수해가 크게 났어요. 기숙사에 있던 지명이가 집에 몇 번이나 전화해서 “괜찮냐? 별일없냐?”등 걱정을 해서 “괜찮으니 걱정말아라”고 했어요.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결국 집에 왔더라구요. 오는 길도 험했을텐데.. 책임감이 남달랐습니다.
*이지명 하사의 사춘기도 궁금합니다.
사춘기? 글쎄요 지명이 뿐 아니라 딸들도 사춘기는 모르고 지나간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 유별난 사춘기 얘기가 나오면 ‘왜 저러냐?’라고 하지,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는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이지명 하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셨던 적이 있으실까요?
아~ 있어요.. 지명이가 고등학생때였어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제일 친한 친구가 ‘태권도 좀 한다고 잘난척하냐?’하면서 약을 올렸다나봐요. 그래서 지명이가 그 친구를 때려서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어요. 친구 부모를 찾아가 백배사죄하고, 치료를 다 해줬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주먹을 사용하면 안되는데.. 운동한다고 혹시라도 나쁜 길로 빠지기라도 할까봐 가슴앓이를 했지요.
*아까 말씀중에 이지명하사가 집안에 딱 하나있는 아들이었다라고 하셨는데. 집안에서 이지명하사의 위치는 특별했을 것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 지명이는 집안에 하나 뿐인 아들이었습니다. 남편이 오형제가 있었는데, 아들은 지명이 하나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집안 행사 특히 제사에는 꼭 지명이가 참석했어요. 집안어른들 틈에있는 지명이를 볼때마다 듬직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지명 하사가 제일 좋아했던 엄마음식은 무엇일까요? 또 특별히 좋아했던 음식은요?
부대찌개입니다. 학창시절에는 태권도를 하느라 체중 조절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엄마의 부대찌개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체질 때문에 술은 마시지 않았고, 치킨, 콜라도 엄청 좋아했어요
*이지명 하사와 아빠는 가까운 사이였나요?
가깝지만 멀기도 한 사이였어요. 남편은 지명이가 집안 전체에서 아들이 하나 뿐이라 특별대우받으면서 우쭐해질까봐 엄하게 대했어요. 야단도 많이 쳤구요. 특별히 말썽을 부렸다기 보다 일상생활에서 예의범절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많이 혼을 냈어요. 지명이가 군입대 전날 남편이 지명이를 붙들고 “여자들만 있는 집안이라 혹시라도 너의 행동이 잘못될까봐 필요 이상으로 야단을 많이 쳤다. 미안하다”라고 하면서 막 우는 거예요. 지명이도 “아니다. 괜찮다. 이미 그러신 줄 알고 있었다”라고 하면서 두 부자가 울면서 화해를 했습니다.
*가족여행은 자주 하셨는지요?
그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여행을 하지는 못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슈퍼를 해서 시간도 거의 나지 않았구요. 친척집, 큰딸 졸업식, 남편이 사우디 일하러 갈 때 배웅하러 공항에 가는 정도의 소소한 여행은 있었네요
*이지명 하사가 직업군인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떠셨어요?
남편과 저는 군 제대하고 대학졸업후 체육관을 차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역 즈음에 지명이가 학사장교가 되면 야간에 대학을 다닐수도 있다고 하며, 지금 전역을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으니, 군에 남겠다라고 하더라구요. 당시는 IMF시기였기 때문에 전반적인 국가상황이 좋지 않을때이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정확히 얘기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애기 같았던 아들이 어느덧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뿌듯함도 있었구요 군에서도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훈련병들에게 부모님과 통화하라고 핸드폰을 많이 빌려줬다고 하더라구요 그 바람에 통화료가 엄청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지명하사 기일에는 어떻게 보내게 되시나요?
이번 기일에는 제가 허리가 아파서 아무래도 건강상의 무리가 될까하여, 큰딸 내외만 다녀온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올해는 마음으로 함께 가고, 내년에는 건강관리 잘해서 꼭 가야지요
*선생님의 건강상태는 좀 어떠신가요?
괜찮습니다. 조심조심 다니고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딸, 사위가 잘챙깁니다. 허리 때문에 좀 어려움을 겪었지만, 회복이 조금씩 되고 있고, 병원 진료도 아픈 장모를 위해 사위가 서울까지 데려다줍니다. 참 고맙지요. 친정오빠도 제가 걱정이 되어서인지, 자주 안부도 묻고 다녀가시기도 합니다. 손주들도 할머니인 저를 엄청 챙기구요
*하늘에 있는 이지명 하사는 어머니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실까요?
엄마 많이 보고싶어! 불효자가 되어버려 미안해! 엄마를 놔두고 먼저가서 정말 미안해라고 할 것 같아요.
*이지명 하사한테 한마디 해주세요.
든든한 아들, 나의 귀하고 소중한 아들 지명아~ 너무 보고싶어. 하늘에서는 편안하게 있어. 그게 제일이다. 엄마가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너에게로 갈게. 사랑해 우리 강아지.
*오늘 이지명 하사 이야기를 오랜시간 하셨습니다. 마음이 좀 어떠세요.
속이 시원합니다. 오래도록 하고싶었던 우리 지명이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참 시원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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