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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나눔 인터뷰> 황지성 일병의 기일을 함께 기억합니다

추억 나누기

by 군인권센터 2023. 6. 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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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은 2020년에 부대 내 선임들로부터 괴롭힘, 가혹행위 등의 부조리를 겪고 우리 곁을 떠난 황지성 일병의 기일입니다. 함께 기억하고 추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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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성 일병 자랑 한번 해주세요

-“우리 지성이요?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키 크고, 똑똑하고, 피아노랑 기타도 잘치고, 시도 잘 쓰고... 초등학교 4학년때 과학영재반에서 형들을 다 제치고, 우수상을 탔던 적도 있지요. 시는 일기장 사이사이에 몇 개씩 써놓았더라구요. 아마 틈틈이 썼나봅니다. 친구도 많았어요.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멋진 아들이었습니다.”

 

*황지성 일병의 어린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떤 아들이었나요?

-“엄마, 아빠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습니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한 적이 없고,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엄청 많이 읽었습니다. 큰아들인 지범이도 그랬지만 지성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책을 읽어주었어요. 아마 생후 20일 후부터 일꺼예요. 그림책을 매일매일 몇 개씩 읽어줬습니다. 책 읽어주는 엄마였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읽고 싶은 책 골라오라고 하면 10권씩 갖고 오곤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책은 2번씩 읽어 주기도 했어요. 책을 읽어주는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젊은시절 키웠던 큰아들과 달리 나이가 들어 낳은 우리 지성이는 뱃속에 있을때부터 체력적으로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업고, 아이가 뛰게 되면서는 따라 다니기도 힘들어서 얼른 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양육 방식은 참 특별하신 것 같습니다. 황지성 일병을 키우시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아이들이 키우면서 힘든 적은 특별히 없었던 것같습니다. 애들을 보살피는 것이 나의 책임이니, 똑바로 잘 키우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설명을 차근차근 해주었습니다. ‘지성아 왜.. 안되냐하면은..’ 지성이는 어려서부터 설명을 해주면 잘 받아들이는 합리적 사고가 발달한 아이였던 것같아요. 뭘 사달라 떼를 쓴 적은 없었고, 본인이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엄마인 저를 설득해서 얻어 내기도 했고, 제가 불필요하다 생각하여 설명을 해주면 늘 수긍해주었습니다. 막무가내로 ‘안돼’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같아요. 어려서부터 소통이 꽤 잘되었던 것같습니다. 우리 지성이가 초등학교 3학년 여름(7월)부터 식당을 운영했어요. 마음과 달리 잘 챙겨주지 못했어요. 식당을 하니, 당연히 손님 먼저 챙겨드리게 되잖아요. 손님을 챙기는 엄마한테 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했나봐요. 미안한 마음에 지성이 눈치를 보기도 했어요. 그래도 언제나 찰떡같이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지성이였어요.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황지성 일병에게 설득당한 재밌는 에피소드 알려주세요

-“중, 고등학교때 일본 에니메이션을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슬며시 걱정을 하니, 지성이가 ‘엄마 저 에니메이션만 보는거 아니예요. 철학책도, 다른 문학책도 많이 읽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더라구요 애니메이션만 보는 것으로 아는 저를 안심시키며 다양한 책도 읽고 있고 그중에 애니메이션도 보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에 설득을 당해버렸네요”

 

*반듯하게 잘 성장한 황지성 일병도 일탈을 꿈꾼 적이 있을까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부모를 속이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요구할 때 늘 넉넉히 주었습니다. 사고 싶다 먹고 싶다하면서 용돈을 요구할 때 원하는 금액보다 1만원정도 더 얹여서 주었던 것같아요. 대부분 사고 싶다는 것이 책이였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시험을 치르고 오거나, 주말에 pc게임을 하겠다고 하면, 시간 약속을 하고 허용을 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잘 모르고, 퇴근해서 지성이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버럭! 하곤 했던 적은 있지요. 심지어 사춘기도 별일없이 조용히 지나갔던 것 같아요.”

 

*황지성 일병 가족 분위기는 어땠나요?

-“아들 둘 키우기 힘들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또 아들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린다고 하던데, 우리 지성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 선생님들 이야기 등 참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사춘기도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던 것 같아요. 언제나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가능하면 엄마인 저는 늘 집에 있었습니다. 굉장히 안정적이었고, 아빠도 직장인이라 특별한 상황이 별로 없었습니다. 평범하고 대화 많은 가족이었던 것 같아요”

 

*황지성 일병에게 ‘엄마는 어떤 분이신가요?’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우리 엄마는 착한 사람입니다. 바보같이 착한사람, 선한사람“이라고 얘기할 것같아요. 늘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라고도 하겠네요. 또 ‘엄마’부르면 언제든지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도 할 것같습니다. 지성이가 초등학교 3학년 7월부터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만 7년동안 식당을 했어요. 엄청 좋아했습니다. 늘 기다리는 엄마, 곁에 있는 엄마를 참 좋아라했습니다. 식당을 그만두고, 남편은 산청에 집을 지었고, 저는 간호학원을 다녔어요. 그리곤 57세에 간호조무사가 되었습니다. 지성이는 저를 공부하는 사람. 책읽어주는 사람으로 기억할 것같아요. 또 큰 아들도, 지성이도 우리가족이 평균적으로 잘 생겼다라고 얘기합니다. 미녀 엄마라고 평가받은 적도 있습니다”

 

*황지성 일병이 좋아했던 엄마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식당을 운영하셨으니 솜씨가 좋으셨을 것같아요

-“제가 만든 동그랑땡을 참 좋아했어요. 등갈비찜도 잘 먹었습니다. 고기 종류는 뭐든지 좋아했어요. 치킨, 피자도 엄청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한달에 1번씩 치킨데이와 피자데이를 정해놓고 먹었습니다. 때때로 다음 달 것을 미리 땡겨먹기도 했습니다. 우리 지성이는 김치를 안먹었어요. 김치찌개는 잘 먹었는데. 이상하게 김치를 잘 안먹었어요. 군대에 가서도 먹지 않았어요”

 

*황지성 일병과 아빠와의 관계는 어땠는지요?

-“친한 친구사이! 친구같은 아빠였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참 잘 들어주었어요. 그리고 약속을 하면 꼭 지키는 아빠였기에 아이들이 아빠를 많이 신뢰했습니다. 요즘처럼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는 목욕도 시켜주고, 병원도 같이 가주는 아빠이기도 했습니다. 지성이는 종종 ‘성격은 급하시지만 내 말에 귀기울이시고, 약속을 잘 지키시는 존경하는 나의 아빠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빠를 닮아 아들 둘 모두 키가 컸습니다. 아주 훤칠했습니다. 아빠가 178cm, 지범이가 183cm, 지성이가 185cm정도 였습니다. 형은 좀 호리호리한 편인데, 지성이는 덩치가 제법 있었습니다.”

 

*황지성일병과 형님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황지성 일병에게 띠동갑인 형이 있어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의 사이는 어땠나요?

-“큰아들은 27살에 , 지성이는 39살에 낳았어요 둘이 12년 11개월차이가 나지요. 우리 지범이(형)가 중학교 1학년 12월 겨울방학때 지성이가 태어났어요. 처음 동생을 본 지범이는 ‘얘가 언제커서 나랑 대화를 할까?’라고 한숨을 쉬며 얘기를 하더라구요. 제가 ‘금방 클걸~ 3년만 기다려. 대화가 가능할거야’라고 하니 신나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생이 생긴 지범이는 질투는 커녕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지성이가 3~4살 때 형은 고등학생이었어요. 형이 올때까지 잠을 안자고 기다리고 있던 적도 많이 있었어요. 형이 오면 형 보고 잘거다라고 하면서 무작정 졸린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지요 고등학교 3년내내 그랬던 것같아요. 형이 집에 들어오면 다다다 뛰면서 ‘형.형.형’하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당시 저희 아파트에 아이들이 없었어요. 밑에 집 할머니도 지성이한테 ‘너 또 쿵쿵 뛰어다녔지. 조용히 해라~’했지만 그때 뿐이었어요. 할머니도 동네 이웃들도 지성이를 참 많이 이뻐해주셨습니다. 지성이가 달려가면 형은 지성이를 안아주고 토닥거리기도 하고, 주말되면 함께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지성이는 어른들이 하는 말 잘 이해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였어요. 형도 지성이랑 제일 잘 통한다라고 했지요. 소통 잘 되는 형제지간이었습니다”

 

*황지성 일병은 가족여행을 자주 다니셨는지요?

-“결혼해서 처음은 거의 매주 본가에 갔었습니다. 남편의 본가가 통영 사량도인데, 차타고 3시간, 배타고 40분~50분정도를 가야하는 곳이었어요. 여름휴가, 추석, 설, 1년이면 12~13번은 다녀왔습니다. 가족 여행이 본가를 가는 것이었지요. 식당을 하면서부터는 그마저도 쉽지 않기는 했습니다. 가족여행은 당일로 가까운 곳을 다녀오는 정도였습니다. 가족끼리 먼곳을 여행 한 기억은 따로 없어 많이 아쉽습니다.”

 

*황지성 일병은 가족은 물론이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듬뿍받은 것같아요.

-“맞습니다.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별히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지성이가 어렸을때부터 사랑을 넘치게 주셨습니다. 할아버지 두분은 지성이가 어렸을때 돌아가셨어요.

 

지금은 건강이 여의치않으셔서 요양원에 계신 친할머니께서는 ‘왜 지성이가 전화를 안받노? 졸업 안했나? 군대는 갔다왔나?’라고 물어보십니다. 물론 외할머니도 지성이가 안보인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외국갔습니다. 공부하러 갔습니다’하고 대충 얼버무립니다.

 

지성이의 형수, 사돈(형의 장모님)까지 두루두루 지성이는 가족, 이웃분들께 넘치도록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군대에서 추석때 PX에서 가족들의 선물을 잔뜩사서 택배로 보냈더라구요. 받은 사랑만큼 가족들을 두루두루 잘 챙겼습니다.”

 

*황지성 일병의 취미는 무엇인지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축구, 농구 운동하는 것도 좋아했고, PC게임은 물론 좋아했습니다. 제가 ‘그게 뭐가 재밌노’하면, ‘억수로 재밌다’라고 하면서, 저한테 게임을 설명하면서 가르쳐주기도 하고 같이 하자고 한 적도 있습니다. 과학상자도 참 좋아했고, 책 읽는 것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별과 우주를 많이 좋아 했어요. '코스모스'라는 우주 관련책이 있는데, 지범이(형)가 사놓은 책을 어찌나 많이 봤던지(5번 이상은 읽은 것같아요) 낡아져서 똑같은 책을 두권이나 더 샀어요. 지성이 핸드폰 바탕화면도 '우주'입니다. 책을 좋아했던 지성이가 추천해준 책 '회색인간’, ‘양심고백’을 사놓고 읽고 있습니다.”

 

*황지성 일병은 친구들이 많았을까요?

-“정말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지성이가 떠나는 길을 함께 한 친구도 많았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 몇 명이 있는데. 지성이 일기장 맨 마지막 장에 친구들이름을 적어놓고, ‘OO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라고 적어놨더라구요”

 

*황지성 일병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초등학교때는 꿈은 우주과학자였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 수학 과외를 받았는데. 그 선생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느날 수학 선생님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지성이는 공부를 참 잘했습니다. 어린시절 꿈을 쫓아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를 갔다가 의대를 목표로 반수를 했어요.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같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가게 됐어요. 1학년만 2번을 다녔네요. 그래도 등록금은 물론 용돈까지 장학금을 받고 다녀서 학비는 하나도 안들었답니다”

 

*황지성일병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지성아 엄마가 갈 때까지 잘 있어 사랑해!”

 

p.s. 인터뷰를 하니, 더 눈물나고 생각이 납니다. 지성이가 써놓은 글이 몇 개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 지성이 이름으로 책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싶어요. 지성이가 써놓은 시를 나눕니다. 지성이의 추억을 함께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푸른 별 안에서, 황지성>

사람들은 살아간다.

이 푸른하늘 아래서,

이 푸른바다 옆에서,

이 푸른초원 위에서,

이 푸른 별 안에서‘

검은 시체의 아우성으로 푸름을 태우며

사람들은 살아간다.

죽어간다.

[높은 산]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나도 산을 오르고 잇다.

모두가 산을 오르고 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힘들게 숨을 내쉰다.

숨은 벌써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나는 빽빽하게 자라난 ,

빽빽하다 못해 태양마저 가리는

나무들을 보다가,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산을 내려가고 있다.

나는 노인의 형형한 눈과 굴곡진 주름에 이끌려

노인을 쫓아간다.

산에서 내려오라,

붉게 빛나는 태앙과,

새빨간 하늘과,

노인의 시들지 않은 젊음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헌 책장, 황지성>

그 누가 짓눌러도

그 자리에 묵묵히 서있다.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휘고 부러질 뿐.

이제는 당연함 조차도 ....

그대의 직립.

알아주는 이 하나 없지만

내가 그대를 기억하겠다.

짊어진 이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기억하겠다

 

[군인권센터는 군 인권침해 피해자 유가족 마음 돌봄 사업의 일환으로 기일을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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