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월 24일은 고 홍정기 일병의 7번째 기일입니다.
홍정기 일병은 2016년 육군 병사로 복무하던 중 군의 무책임한 지연 의료로 인해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군의관의 무관심, 훈련 기간이란 이유로 지연된 진료, 민간 병원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한 간부들의 안이한 대응 속에 방치되어있던 홍 일병은 증세 발현 후 한달도 되지 않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사망 후에야 확인되었습니다. 홍 일병 사건은 군의 부실한 의료 체계에 경종을 울린 사건입니다.
현재 홍 일병의 유가족은 홍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군 의료체계의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을 전제로 화해 권고를 하였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역시 홍 일병을 순직 3형으로 분류하여 국가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긴 시간 오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홍 일병의 유가족에게 연대의 힘을 전해주세요. 홍정기 일병을 마음을 모아 기억해주시고, 추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 선생님과 함께 홍 일병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사업은 ‘군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유가족 트라우마 치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홍정기 일병 추억 나눔 인터뷰 >
* 홍정기 일병은 어떤 아들이었을까요?
“아들이 둘이 있어요. 말없이 과묵했던 큰 아이에 비해 정기는 정말 딸 같은 아들이었어요. 그야말로 엄마바라기(^^) 정기가 아기였을때 할아버지댁을 가면 어찌나 엄마를 찾는지, 시어머님께서 ‘야야 정기가 너만 찾는다. 내가 밥 할테니 너는 정기를 봐라’라고 말씀하실 정도 였어요. 시장보러 갈때면 꼭 따라와 어깨동무 해주고 무거운건 다 들어주었지요. 속닥속닥, 재잘재잘, 소곤소곤 어찌나 옆에 딱 붙어서 말을 하는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 홍정기 일병 어렸을 때 최고 관심사는요?
“어렸을 때 그렇게 곤충, 동물,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시골을 참 좋아했어요. <꾀돌이 자연탐험>이란 책이 있었는데. 그 안에 자연의 소리를 담은 테이프가 있었거든요.. 그것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나중에 자기 자식들한테 주겠다며 얼마나 아꼈는지 모릅니다. 외갓집이 시골이었는데. 정기가 애벌레를 들고 다니면서 ‘나비 애벌레야 귀엽지? 나비로 변해가는것도 지켜보고싶어’ 하며 호기심 가득했어요. 각종 애벌레, 물고기, 곤충등을 어찌나 소중히 여겼던지...
(웃음)
집에 햄스터, 청소물고기등 열대어, 다슬기등 여러 가지를 키웠고, 잘 자라면 중랑천에 놓아주고 했습니다. 정기덕분에 애벌레 많이 봤습니다. 애가 원하니까 키우게 되더라구요 강아지 키우고 싶어하던걸 못들어준게 아쉬워요. 초등학생 때인가, 중학생 때인가. 영재 생명탐구 해부학 교실에 뽑히기도 했어요.“
* 홍정기 일병의 어린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해주세요.
“초등학교 4학년때즈음에 친구랑 크게 싸우고 팔이랑 얼굴이랑 상처가 나서 왔더라구요. 너무 속상해서 어찌된 일이냐고 꼬치꼬치 물으니, ‘친구랑 싸웠지만 화해를 했어요. 잘 해결되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하더라구요. 정기는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리있는 정기’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 홍정기 일병이 일탈한 기억도 있으세요?(웃음)
“고등학교때 휴일자율학습하러 학교에 간다고 나갔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정기가 오지 않았다고.. 어찌나 놀랐던지, 자라면서 정기가 부모를 속이는 일은 없었거든요.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경찰에까지 혹시 들어온 사고소식이 없는지 확인까지 했네요.
근데 학교근처 PC방에서 친구랑 같이 나오더라구요. 어찌나 눈치빠르게 싹싹 잘못했다고 빌던지 크게 야단을 치지도 못했습니다.”
* 홍정기 일병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독서를 좋아했어요 특히 베르나르베르베르 신과 개미를 탐독하며 읽고 얘기하던 기억이있어요.
맛있는 색다른 음식을 먹는것을 좋아했어요. 육회는 전 못먹는데 정기가 먹어보라해서 먹게되었어요. 또 옷에 관심이 많아 옷가게에서 열번 스무번도 입어보라면 입고 벗고하는걸 마다하지않았어요. 옷가게를 가서 10벌이든 100벌이든 입어보라고 해도 좋아라했어요”
* 홍정기 일병의 최애 음식은요?
“우리 정기는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았어요. 아토피가 있어 집에서 주로 만들어주었고 과자나 음료는 사주지 않았어요.
외식을 하면 보통 먹는거 또 먹게되는데 정기는 늘 새로운거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는 미식가였던거 같아요. 특히 정기는 과일을 참 좋아했어요. 밥보다 과일을 더 좋아했어요 수박도 일주일에 한통씩 귤 사과 포도도 주에 한박스씩 샀던거같아요.“
* 홍정기 일병에게 들은 최고의 말?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언제나 부모님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최고의 말이지요. 남편도 저도 형제가 많습니다.
외삼촌이 7분, 고모가 4분,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친할아버지와 할머니. 딸 귀한집 엄마와 아들 귀한집 아빠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는 얼나나 더 귀한 아들 이겠어요 나는 세상에서 집이 제일 좋아요. 라는 말을 참 자주 해주었습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 아들이었어요.”
* 아빠와 홍정기 일병은 어떤 사이였나요?
“아빠는 호랑이 띠고 정기는 개띠인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전혀 아빠를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형이 혼나는 일은 하지 않는 눈치빠른 아이였습니다. 큰 아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라 때로는 아빠를 어려워하기도 하고 했는데 비해 정기는 재롱떠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남편은 바빴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인라인 스케이트도, 스키도 가르쳐주었고, 취미생활도 같이 많이 한 편이었습니다. 아빠한테도 정기는 딸같은 아들였을겁니다”
* 형과 홍정기 일병은요?
“형은 정기를 가장 친한 친구, 비밀을 공유하는 최고의 베프였다고 합니다. 부모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둘만의 비밀이 있었나봅니다.
저는 몰랐는데, 정기가 군 전역하면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싶어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5살 때 YMCA아기 스포츠단에 다니며 수영을 배웠었는데. 그래서인지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 홍정기 일병의 주량은?
“술마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가족들끼리 축하자리에서 와인한잔, 가볍게 집 앞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 씩정도 였네요. 정기덕분에 두아들과 치킨데이트를 했는데. 정기가 떠나고 한동안 치킨은 먹지를 못했어요.“
* 홍정기 일병이 말해준 군생활은 어땠나요?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 ‘엄마 여기 산등성이 에서 보면 계단식 논에 노란벼가 익은 픙경이 너무 멋져. 그리고 하늘의 별이 너무너무 많아 . 어제는 별똥별이 떨어지는데 순식간에 일어나서 소원을 못빌었네’하더라구요. 자연환경이 너무 좋다. 군생활이 자신에게 잘맞는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육사를 갈 껄 그랬나보다하면서 즐겁고 재밌게 군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 홍정기 일병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사랑해.. 엄마가 너의 반듯한 뜻 꼭 이룰 수 있게 할게. 조금이라도 정의로운 세상이 되도록 열심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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